서툴기에 더 사랑스러운 청춘 로맨스 …영화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입력 2024-01-16 06:54   수정 2024-01-18 07:07



“내일, 폐교를 앞둔 학교와 이 사랑에 나는 안녕을 고한다. (···)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곳이 내겐 세상의 전부였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루 앞둔 소녀 야마시로 마나미(카와이 유미 분)가 학교 울타리 밖에서 교정을 내려다보며 하는 독백(내레이션)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少女は卒業しない)’는 일본 작가 아사이 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나미와 고토 유키(오노 리나), 간다 교코(코미야마 리나), 사쿠타 시오리(나카이 토모) 등 여학생 4명의 졸업식 전날과 당일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들은 졸업식 이후 곧 철거될 시골 고등학교에 함께 다니는 동급생들이지만, 각각 ‘안녕을 고하는’ 사랑의 대상과 성격은 판이하다. 원작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나카가와 슌 감독은 ‘4인 4색’의 이야기를 섬세한 감성으로 촘촘하게 엮었다.

먼저 농구부 부장 유키와 남자 친구 테라다(우사 타쿠마). 이들은 유키가 졸업 후 도쿄로 대학을 가고 테라다가 고향에 남기로 결정하며 서툰 이별 앞에 놓인다. 이대로 서먹하게 헤어지기 싫은 유키는 테라다가 평소 하고 싶어 했던 ‘학교 건물 옥상 불꽃놀이’를 준비하며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애쓴다.



경음악(밴드)부 부장인 교코. 졸업식 직후 열리는 밴드 공연을 앞두고 중학교부터 짝사랑해온 경음악부 동료이자 친구 모리사키(사토 히미)의 비밀을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수줍음 많고, 반에서 겉도는 외톨이인 시오리는 유일한 안식처인 도서실에서 위로와 용기를 주던 사서 선생 키시타니(후지와라 키세츠)에게 그동안 반납하지 않았던 책을 건네며 마음을 털어놓는다.



여학생 4명의 이야기가 균형감 있게 각각 전개되지만, 플롯의 중심축은 요리부 부장 마나미의 사랑과 이별이다. 일찌감치 요리 전문학교로 진학이 결정돼 졸업식 답사까지 준비하게 된 마나미는 전날 요리부 동아리방에 앉아, 점심시간마다 남자친구 슌의 도시락까지 준비해 그와 함께 먹으며 설레는 로맨스를 이어가던 시절을 회고한다. 졸업식 당일 아들의 사진을 들고 참석한 슌의 엄마와 눈인사를 나눈 마나미. 연단에는 겨우 오르지만, 전날 고민하며 고쳐 쓴 답사를 끝내 읽지 못한다.



졸업식 후 밴드 공연에서 모리사키의 ‘대니 보이’ 열창을 들으며 마음을 달랜 마나미는 텅 빈 졸업식장에서 누군가에게 답사를 들려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영원한 젊음 속에 남겨질 친구의 잃어버린 미래를 가슴 아파하면서.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겹쳐지는 장면이다.

영화는 인생의 한 단계를 마감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설렘과 불안, 아쉬움 등을 차분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펼쳐낸다. 주인공 네 명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중 어느 것에 더 공감할지는 관객마다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때 그 시절의 달콤씁쓸한 추억에 젖어 들게 할 만하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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